참고 영상 보기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숨겨진 코리아파의 놀라운 비밀
에티오피아에 한국인이 하나도 살지 않는 마을 이름이 '코리아'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어요? 직접 가봤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아주 특별한 마을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이름하여 ‘코리아 파(Korea Pa)’. 마을 이름에 ‘코리아’가 붙어 있어서 혹시라도 한국인이 모여 사는 곳인가 싶지만, 그곳엔 한국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그 비밀은 70년 전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UN군에 참전한 나라였습니다.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의 명령 아래 고도로 훈련된 근위병들이 한국 땅에서 전쟁을 치렀고, 귀국 후 황제의 특별 배려로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코리아 파입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1970년대 한국 시골 읍내 같았어요. 흙길, 엮어 만든 지붕, 그리고 골목마다 뛰노는 아이들. 아, 이건 그냥 관광지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실제로 이 마을엔 참전용사 후손들이 여전히 살고 있으며, 그들이 전해 들은 한국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살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인사말을 아는 어린이들. 특별한 날이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음식을 나누고, 손님이 오면 커피와 함께 직접 구운 빵을 내어주는 문화. 낯설지만 너무나 정겨운 모습이었죠. 코리아 파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 한국과 에티오피아가 맺은 혈맹의 흔적이 담긴 마을이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이곳에 참전용사 기념탑을 세웠습니다. 포로 없이 전투를 치렀던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서죠. 전 세계에 흩어진 코리안 커넥션 중에서도 이토록 뿌듯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흔치 않을 겁니다.
목차
인제라와 함께한 따뜻한 식사
코리아 파의 기원과 역사
‘코리아 파(Korea Pa)’라는 마을 이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는 고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자신의 황실 근위대를 직접 전장에 파병한 것이죠. 이들은 ‘카그뉴 부대(Kagnew Battalion)’라 불리며, 유엔군 소속으로 참전해 극심한 추위와 열악한 전투 상황 속에서도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이 모든 전투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이 영웅들은 고국으로 돌아왔고 황제는 그들을 위해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땅을 하사하며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게 합니다. 그 마을이 바로 지금의 코리아 파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마을 어귀에는 황제의 초상화와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남아 있으며, 후손들은 그 자부심을 고스란히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집들은 대부분 흙벽과 억새지붕으로 되어 있고, 좁은 골목은 유년 시절 한국의 시골 마을을 연상케 합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60~70년대의 어느 읍내에 도착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죠. 바로 이 특별한 분위기 때문에 코리아 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전후 평화 마을’로 불리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전통
코리아 파의 하루는 해뜨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여성들은 이른 새벽부터 물을 길어 나가고, 남성들은 작고 가벼운 쟁기를 소에 매어 밭을 갑니다. 마을의 경제는 자급자족형 농업과 목축에 의존하며, 이들은 주로 테프(Teff)라는 곡물을 재배해 인제라(Injera)라는 전통 음식을 만듭니다.
아이들은 언덕길을 뛰어놀며 학교에 다니고, 어른들은 평일과 주말을 구분 없이 농사와 공동체 행사에 참여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마을의 사람들이 한국인도 아닌데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한국어를 간간이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이는 조상 세대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사실이 이들에게도 일상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증거겠죠.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 세리머니 체험기
체험 신청 바로가기
이곳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문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커피 세리머니’입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발상지로 알려진 나라이고, 그 자부심은 가정마다 이어지고 있어요. 집을 방문하면 첫 환대는 커피입니다. 생두를 직접 불에 볶고, 절구에 찧어 뜨거운 물에 끓인 뒤 세 번에 걸쳐 따라주는 이 의식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 첫 잔은 ‘Abole’라 불리며 손님을 위한 환영의 의미
- 두 번째는 ‘Tona’로 관계의 심화를 상징
- 마지막은 ‘Baraka’, 즉 축복을 의미하며 작별의 인사
커피 향이 퍼지는 동안 옆에는 고소하게 구운 팝콘이나 볶은 보리가 함께 나옵니다. 이 간단한 음식과 정성 가득한 시간 덕분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따뜻한 정이 싹트는 듯했어요.
네, 외국인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으며, 마을 주민들도 매우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마을 안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지만, 아디스아바바 시내에서 머물며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조상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부릅니다.
방문객에게는 대부분 집에서 직접 커피 세리머니를 준비해 주며, 환대의 표현으로 초대받을 수 있습니다.
마을 입구 쪽에 위치해 있으며, 한국의 지방정부 지원으로 세워진 기념비가 있습니다.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아이들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말할 줄 압니다.
세상에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아디스아바바 근교에서 한국전쟁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곳, ‘코리아 파’는 단순한 마을 그 이상입니다.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우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경험. 여러분도 언젠가 이곳을 꼭 찾아가 보시길 추천드려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그곳에 조용히 숨 쉬고 있답니다.
코리아파, 아디스아바바여행, 에티오피아전통문화, 한국전 참전용사, 에티오피아커피, 전통커피세리머니